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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청정넷 돌아보기 2 - 청년의회 : 청년대표연설

며칠 전 청와대가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 계획 관련 논란-이라는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지 난해 바로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제안했던 청년수당은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인해 사업 개시 한 달 만에 직권 취소되었습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2800여 명의 청년수당 참여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누 군가는 계획했던 학원수강을 취소해야 했고, 누군가는 그만두려고 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해 야 했습니다. 한 청년의 기대와 시간을 볼모로 잡고 벌어진 이 힘겨루기가 이제 와 청와대의 한 마 디 때문이었다고 해명될 수 있는 것입니까. 지난 정부의 치부라고 하지만 이 사실을 밝히는 새 정 부의 태도에서도 그 수모를 감당해야 했던 청년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속보가 나오는 보도의 어떤 화면에서도 -사과-라는 단어를 우리는 찾지 못했습니다. 청와대의 한 마디에 2년간의 계획 수립, 6개월의 협의 과정을 수포로 돌린 지난 정부의 관계자는 해명해야 합니다. 사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적절한 외압으로 인해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들에게 책임있는 대책을 제시해 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시 청년정책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임경지입니다.
2017년 현재, 전국적 수준의 청년정책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서울을 시작으로 여러 지방정부에서 청년정책에 관한 제도가 정비되고 주체가 형성되 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정부의 출범 이후 청년정책의 전국화에 대한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습니 다. 우리는 이 중요한 기로 앞에서 서울시 청년정책의 혁신성을 다시 상기하며, 발전적 전망을 모색 해야 합니다.

서울시 청년정책은 오늘날 청년세대가 마주한 사회구조의 결함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의 책임과 역할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청년이 겪는 어려움 을 개인의 책임으로 인식했고, 청년들을 빨리 취업을 시키는 것을 문제해결의 전부인 것처럼 다루 어왔습니다. 서울시는 청년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전환했고 정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 니다.

그간의 청년정책은 조건부 지원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취업을 해야만, 결혼을 해야만 정책의 대상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공적 지원을 기대한 청년들은 끊임없는 자기증명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서울시는 기존의 접근에서 벗어나 청년문제를 사회가 보장해야 하는 영역으로 포괄했 을 뿐 아니라, 청년세대의 발언권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신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의 전환 또한 청년의 현실을 반전시키는 수준으로 체감되지는 못했습니다. 청년 의 현실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기엔 여전히 규모가 작았고, 혁신의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 선 청년정책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원리가 풍성해지기 보다는 기존 정책의 관성에 갇히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중앙 수준의 청년정책은 아직까지도 숫자의 함정에 빠져 있으며, 지역 수준에서는 청년 정책의 수립에 있어 거버넌스라는 형식만 차용한 채 기존의 이해관계와 진입장벽을 고수하기도 합 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시를 선도적 사례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책의 규모 확대와 함께 실행의 과 정에서 여러 가지 결함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오늘 서울시 청년정책이 청년의 현실에 가닿고 미래적 관점을 포용하기 위한 네 가지 과 제의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수천억, 수 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닙니다. 청년정책이 청 년정책답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원칙의 제안입니다. 청년만을 위한 정책을 넘어 우리 사회 의 민주적 가치, 개방성과 다양성과 조응하도록 하기 위한 원리의 제안입니다.

첫째, 고용보장에서 소득보장으로의 정책기조 전환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서울시 청년기본조례는 이 와 같은 관점의 전환을 상징하는 조치입니다. 고용 창출 일변도의 정책에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 편적인 사회정책으로의 전환, 사회보장을 국가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세우고자 한 서울시의 시도는 예외적인 조건에서 벌어진 실험으로 국한되어서는 안됩니다. 더 아래로 더 단단하게 더 넓게 확대 되어야 합니다.
둘째, 미래세대의 관점으로 사회를 진단하고 당사자와의 신뢰와 협력으로 청년문제, 사회문제의 해 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청년정책으로 고도화시키기 보다는, 보편적인 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 든 시정의 영역에서 세대인지적 관점을 도입해야 합니다. 정책은 각 분야로 나뉘지만 청년의 삶은 행정의 칸막이로 나뉘지 않습니다. 사회와 만나는 청년의 삶은 일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 거, 복지, 문화, 환경, 교통, 인권 등 행정의 언어로만 표현해도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 당사자들은 오늘을 살아가며 경험과 안목을 쌓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정책이 수립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미래 지향적인 청년들의 고유한 관점과 역량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서울시의 각 위원회에 일정 부분 청년 참여 비율을 의무화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정책의 수립 뿐 아니라 실행과정에서의 당사자 참여와 권한을 강화해야 합니다. 박원순 시장께서는 -정책의 제안자가 실행까지 책임지는- 현장주의와 행정혁신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현 실에서는 청년은 기성 조직의 질서에 막혀 정책실행의 책임과 권한으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 니다. 실행조직의 규모와 과거의 실적이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중앙 집중화 된 청년정책의 사업단위와 체계, 실행권한 등을 지역으로 작게 분산시키고,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진입장벽을 낮추어야 합니다.

넷째. 청년정책을 통해 당사자가 느끼는 효능감은 숫자라는 결과로 표현할 수 없는 실행과정의 혁 신성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관련 정책들이 취업률과 같은 정량적 목표 위주의 성과 지표 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책 수요자의 자립기반 형성과 활력의 제고라는 새로운 청년정책의 원칙과 원리에 발맞춰 사업의 성과지표를 정성적으로 재설계 해야 합니다.

끝으로 중앙정부에도 요구합니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숫자-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나야 합 니다. 일자리가 아닌 삶으로, 숫자가 아닌 자존으로 새로운 제도의 여지를 열어야 합니다. 지방정부 수준에서 진행되어 온 거버넌스와 정책혁신의 경험을 존중하고, 전국적 수준에서 의미있는 청년정 책의 실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작가이자 비행사였던 생택쥐페리는 말했습니다. -미래에 관해, 우리가 할 일은 예견하는 것이 아니 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순간의 성과에 압도되어 미래의 가능성을 잠식하는 과오를 반복 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담이 아니라 새로운 설계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 한 것은 당장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새로운 활로를 여는 과감한 투자가 아닐까 반문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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