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넷 실마리(3)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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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넷 실마리(3) #청정넷_실마리


두번째 청정넷 실마리를 6월에 게재한 후, 오랜만에 찾아뵙게 됐습니다. 세번째 실마리는 파리바게뜨 제빵사 이야기입니다.


조금 큰 파리바게뜨 매장에 가본 분들은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거나 샌드위치를 만드는 청년 제빵사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냥 지나치면서 본 장면이지만, 최근 파리바게뜨 제빵사 간접고용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제빵사의 불안정한 고용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일반화돼 [새로울 것] 없는 문제이지만, 빵집에서도 청년의 불안정한 삶이 구워지고 있었습니다.


파리바게뜨(SPC그룹)는 우리나라 1위 프랜차이즈 기업입니다. 20년전부터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 방식을 도입한 모델로 해석되겠지만, 골목에서 빵집 장사해왔던 소상공인 입장에서 보면 [사업 빼앗아가기]였습니다. 최근 거리에, 동네 빵집들이 사라진 이유입니다.


프랜차이즈와 관련된 문제는 시스템 상으로,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이슈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사업주에게 상표와 마케팅, 원재료 등을 공급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주가 영업을 하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입니다. 시장 반응성이 높아 2000년대 이후 유행처럼 번진 모델이기도 합니다.


다만, 기업과 사업주 간 계약에 따라 운영되는 형태이다보니,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은 직접고용이 아니라 파견처럼 간접고용 형태를 띕니다. 파리바게뜨도 별도의 용역회사를 통해 각 매장에 제빵사를 파견했습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파견 제빵사에게 근무통제와 업무지시를 하는 등 사실상 고용주 역할을 했고, 이를 근거로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빵사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파리바게뜨에 명령한 상황입니다.


사업형태의 불가피성이 있고, 아래 기사에서처럼 용역회사 사장들의 고충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어쩌면 회사도 용역업체도, 매장 사업주도 모두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큰 피해자는 제빵사들입니다. 제빵사들은 대부분 청년입니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고용문제는 일자리 문제이고, 삶의 불안정성 문제이며 청년 문제입니다. 파리바게뜨 본사와 용역업체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할 당사자입니다.


제빵사들은 임금과 고용안정뿐 아니라, 일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빵을 굽는 일은 전문적인 일이며 개성을 가진 일입니다. 그러나 파리바게뜨는 [장인 방식과 공장생산 방식의 중간단계]로 빵을 만들기 때문에, 제빵사는 기계처럼 일만 합니다. 빵을 굽는 게 아니라, 빵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고용관계보다 [제빵사가 아닌 제빵사] 이게 더 큰 문제일지 모릅니다.


파리바게뜨 문제는 이제 법원으로 가 있습니다. 큰 회사에 법은 가까이 있습니다. 그동안 법은 존재했지만, 왜 제빵사에게는 멀리 있었을까요. SPC그룹/파리바게뜨가 법과 제도를 지켰다면 벌어지지 않을 문제였습니다. 이제는 아이러니하게 법을 어긴 회사가 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풀리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하겠지만, 청년 제빵사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개성있는 빵을 굽고, 사람들이 그 빵을 먹으며 행복하게 일하고 생활하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 관련 기사 링크: * 관련 기사 링크: 경향신문 [빵집 이야기(3)] 빵이 아웃소싱된 까닭은···IMF가 부른 기형적 고용구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code=920100&artid=20171107213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