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년 뉴스레터][우리의 시선 : 칼럼 2] 동등한 관계, 동등한 즐거움은 어렵지 않습니다.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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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관계, 동등한 즐거움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성경_『당신의 섹스는 평등한가요?』기획 및 공저


텔레그램 대화방 성 착취 사건'(일명'n번방 사건') 이 알려진 이후 세상이 들썩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관심이 뜨겁고 변화를 열망하는 목소리는 큽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가 한창이지요. 그런데 이 격동의 시기에 함께 ‘고민’하기보다 관계 맺기를 ‘포기’하는 선언이 들립니다.

“여자들이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해서 기분 나쁘다.”

“여자들 무서워 연애 못 하겠다. 여자 안 만나련다.”

분위기 파악하며 내린 나름의 결단이겠지요. 악의를 갖고 여성을 적대시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서 회피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당신은 단지 성적 욕구에 충실할 뿐인데 공격받으니 억울하고 답답한가요? 성범죄자와 선 긋기, 여성들과 거리두기라는 선택이 최선이라 믿나요? 이 흐름 속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어렵나요?

‘여성과 남성은 평등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평등한 관계’의 구체성이 서로 다른 것이 문제겠지요. ‘더치페이’를 잘한다고 평등한 관계는 아닙니다.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성차별과 여성혐오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을 한 명의 인격체가 아닌 ‘몸’으로 바라보는 것이 익숙합니다. 여성은 남성의 성적 욕망을 위해 존재하는 듯 상품처럼 취급당합니다. 물건처럼 사고파는 것에도 큰 죄책감이 없습니다. 성매매는 불법임에도 성행하고, 심지어는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하니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한다며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저는 기혼여성들과 함께 섹스를 주제로 글쓰기를 진행하며 ‘평등한 섹스’란 무엇인가를 탐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동등한 관계만이 동등한 즐거움을 보장한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섹스’는 순간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관계’를 반영하는 대화입니다. 권력이 작동하는 관계에서의 대화는 한 사람이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호응’만 하지요. 섹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을 당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몸’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상대의 욕구와 감정을 알아가려는 지난한 노력과 소통의 과정 없는 섹스는 명백한 ‘폭력’입니다. 

평등한 관계 맺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여성을 ‘몸’이 아닌 ‘사람’으로 보면 됩니다. 여성들의 요구와 분노에 겁먹지 마세요. ‘사람’을 ‘사람’으로 봐달라는 것뿐이니까요. 사람에게는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습니다. 그 당연한 사실을 기본값으로 고민하세요. 상식의 실천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